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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나의 이야기다. 남들에게 평생 한 번 일어날 법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말았는데, 난 불운아였다. 바야흐로 2013년 8월 14일, 회사를 다닐 때 이야기다. 친한 선배가 페이스북으로 축구 친선 경기 티켓이 당첨되었다고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왔다.




머, 그날 데이트도 없었고 축구 경기 끝나고 여자친구를 만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선배와 함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입장하기 전까지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순서대로 줄서서 입장해서 신나게 축구 응원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문제는 발생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잠깐 휴식 타임에 귀에 나방이 들어간 것. 정말 잠깐 사이에 내 귀에 나방이 들어가고 말았다. 내 머리 위쪽엔 커다란 조명등이 있었고, 축구를 응원할 때 눈 앞에 아른거리던 수많은 나방들 중 하나가 내 귓속에 쏙-! 하고 들어가고 말았다. 대박!


이녀석이 잠깐 쉬었다가 나올줄 알았는데, 점점 귀로 파고 드는 것이 아닌가! 머리를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봐도 꼼짝 안하는 녀석. 오히려 손가락을 귀에 넣으면 더욱 더 앞으로 들어갔다. 근데 나도 참, 미련 맞다. 축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나방과 함께 머물렀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병원으로 갈 태세였다.



하지만, 이곳은 친선 경기가 막 끝나는 월드컵 경기장이였다. 사진만 봐도 얼추 짐작하겠지만,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축구 경기를 응원하러 왔었고 축구가 끝나자마자 퇴장하는 사람들 덕분에 택시도 타지 못했다.


결국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아주대병원까지 걸어서 갔다. 귓속에 있는 나방과 함께...^^




축구 경기가 끝나고 여자친구를 만날 계획이었으나, 병원에서 나방을 만나야 했다. 결국, 이날 인턴들이 부력을 이용해 나방을 꺼내겠다며 내 귀에 물을 수차례 부었으나 결국 나방은 꼼짝하지 않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잠자다 말고 내려와서 고밀도 내시경을 귀에 넣어 뺄 수 있었다.


빼기 전에 나방을 죽여야한다며, 마취약을 뿌렸는데.. 그때 나방이 죽을 힘을 다해 귀에서 퍼덕이던 느낌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이후로 귀에 무언가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무서움에 사로잡혀 있음.


이날 응급실 야간비용으로 병원비만 12만원이 나왔다.

빌어먹을... 아까운 내돈..




근데 지금의 와이프, 그때 여자친구인 BR님이 몸고생했다며 아주대 원천주먹구이에서 맛있는 고기를 사줬다. 나방 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었는데, 여자친구가 해맑게 고기를 구워주어 기분이 다시 좋았었음. 암튼, 그때의 빌어먹을 추억. 다신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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